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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gnes (2004)
    발레 2022. 4. 17. 04:35


    Signes (2004) by Carolyn Carlson
    아주 특별한 미술 전시회로의 초대



    시녜(Signes)는 영어로 사인(Signs), 즉 ‘기호, ‘표식’ 혹은 ‘비언어(몸짓)’ 등을 의미한다.

    1987년, 파리 오페라 디렉터인 장-루이 마흐티노티(Jean-Louis Martinoty)는 몇 명의 비주얼 아티스트들에게 음악, 목소리, 무대, 춤, 회화, 다섯 가지의 매개변수 중 두 가지를 결합한 시노그래피(Scenography)의 자유창작을 의뢰했다. (시노그래피는 직역하자면 "장면을 만드는 것"인데, 공간연출(미장센)과 시각적 극작, 조명, 사운드 디자인, 무대미술, 의상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그로 인해 두 개의 프로젝트가 나오게 되었는데, (다른 하나는 타나카 민의 '우리는 풍경을 춤출 수 있는가') 올리비에 드브레의 프로젝트는 여러 이유로 완전히 버려지지는 않은 채 정지 상태로 남아있었다.

    1992년, 파리 오페라의 무용 감독인 브리짓 르페브르(Brigitte Lefèvre)는 자신의 시안을 보여준 화가를 만나고 캐롤린 칼슨은 빠르게 그것을 발레로 만들게 되었다. 초연은 1997년 5월, 르네 오브리의 음악과 함께 마리-클로드 피에트라겔라, 카데흐 벨라비가 공연했다. 2004년의 DVD 영상에서는 마리-아녜스 질로와 카데흐 벨라비가 공연한다. 질로는 이 작품으로 에트왈로 승격되었다.

    발레는 올리비에 드브레(Olivier Debré)의 그림 일곱 점으로 구성된다: 미소의 기호(Signe du sourire), 아침의 루아르(Loire du matin), 계림 산맥(Monts de Guilin), 발트의 수도승들(Les moines de la Baltique), 푸른빛의 영혼(L’esprit du bleu), 마두라이의 색들(Les couleurs de Maduraï), 기호의 승리(Victoire des signes). 이 작품은 이렇게 그림과 결합함으로써 발레가 단순히 연극과 춤의 한 분파가 아닌 다양한 예술이 결합된 형태의 종합예술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관객은 객석에 앉은 채로 올리비에 드브레의 회화 전시회에 초청된다. 관객은 이 특별한 전시회에서 드브레의 작품 일곱 점을 한 시간 이십여분의 시간 동안 관람하게 되는데, 이 회화는 단순한 이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삼차원, 그것도 살아움직이는 그림 속의 그림으로 재해석되어 있다. 무용수는 그 하나하나가 그림 속의 선이자 색으로, 임파스토의 질감으로, 각각 그림의 요소 그 자체가 되어 회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시녜는 스토리가 없는 추상발레임에도 불구하고 색채와 질감과 선화 간의 관계를 엿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준다. 종종 단순히 그림을 바라보거나 음악만을 듣고 장대한 한 편의 이야기가 뇌리에 스쳐가는 것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 관객은 스토리가 없는 발레를 보면서도 은밀한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올리비에 드브레의 작품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대다수가 세계의 풍경을 묘사한 추상화다. 단순한 몇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미소의 기호를 지나면 떠오르는 붉은 태양빛이 가득한 아침의 루아르가 펼쳐진다. 루아르 강은 프랑스에서 가장 길게 자리한 강이다. 타오르는 듯한 태양빛으로 가득찬 느린 강의 흐름이 푸른빛과 붉은빛, 그라고 노란빛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단순히 그림을 바라보았을 때와는 매우 다른 감흥을 주고 있다. 회화라는 오리지널 작품이 안무가에 의해 발레로 2차 창작이 되고, 관객은 원작을 배경으로 춤으로서 해석된 작품을 동시에 보고 느끼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침의 루아르를 지나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연보랏빛의 안개가 자욱한 중국의 계림(구이린) 산맥이다.

    뛰어난 화가들이 발레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마르크 샤갈, 조르주 브라크, 앙리 마티스 등의 유명 화가들도 발레의 무대미술에 참여했으며 아예 레옹 박스트 같은 인물은 무대미술가 그 자체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발레를 돋보이기 위한 장치였지 발레의 주제로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 지점에서 시녜는 여타 유명 화가들의 발레 참여와 궤를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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